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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 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가을노트, 문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