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피를 묻힌 검을 얼음 위에 꽂아두고 기다리는 거예요.
피 냄새를 맡고 다가온 늑대가 칼날에 묻은 피를 핥아 먹습니다.
그러다가 제 혀를 베여 피를 흘리죠.
하지만 차가운 금속에 이미 혀의 감각이 마비된 늑대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칼날에 계속 묻어나는 자신의 피를 핥아 먹고,
그것을 핥느라 또 피를 흘리고, 또 핥아 먹고……
그러다가 쓰러져 죽는 겁니다.
저도 빙판에 꽂힌 칼날 같은 기억 한 조각을 핥다가
제 피인 줄도 모르고 흐르는 피를 핥고 또 핥다가 마침내 쓰러졌습니다.
일곱 개의 고양이 눈 / 최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