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나는 사랑으로부터 멀어지는 듯 했다
순수하게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잃은 듯 했다
그가 누구인지 조금 궁금해하다 지나쳤다
그 또한 내가 누구인지 조금 궁금해하다 지나갔다
서로 그냥 조금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불러보다가 지나갔다
그가, 혹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대체물들이 많이 생긴 탓이겠지 생각했다
사랑은 점점 그리움이 되어갔다
바로 옆에 있는 것, 손만 뻗으면 닿을 것을 그리워 하진 않는다
다가갈 수 없는 것,금지된 것, 이제는 지나가버린 것
돌이 킬 수 없는 것들을 향해 그리움은 솟아나는 법이다
사랑을 오래 그리워하다보니 세상 일의 이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생성과 소멸이 따로따로가 아님을,
아름다움과 추함이 같은 자리에 있음을,
해와 달이 , 바깥과 안이
산과 바다가, 행복과 불행이...
-아름다운 그늘 , 신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