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손님과 어머니]를 쓴 소설가 주요섭의 창작 동화!
한 논에서 나고 자란 벼알 삼 형제가 전하는
신기하고 놀라운 세상 구경 이야기!
개 암나무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시리즈 [우리 빛깔 그림책]은 우리나라 아동 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을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소개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벼알 삼 형제]는 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로 잘 알려진 작가 주요섭의 작품으로, 1937년 10월 1일부터 10월 14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동화입니다. 8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작품성과 탄탄한 이야기 구조,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자, 보기 좋게 익은 벼 이삭들은 솔솔 부는 바람을 따라 춤을 추었습니다. 며칠 후면 모두 추수를 당할 것도 모르고, 이제야 제 세상을 만났다며 좋아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벼 이삭 나라에 이상스럽고 무서운 일이 생겼습니다. 농군들이 낫을 들고 나오더니 벼를 한 움큼씩 썩썩 자르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발목을 댕강 잘려 버린 벼 이삭들은 한 아름씩 묶여 한 단, 두 단 쌓였지요. 그러고는 핑핑 돌아가는 기계에 머리를 부닥쳐 이삭에서 튕겨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이 섬, 저 섬 속에 따로 갇혀 버렸습니다. 그 때문에 우애가 돈독했던 벼알 삼 형제는 난데없는 생이별을 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슬퍼할 겨를도 없이 삼 형제는 또다시 제각각 어디론가 가게 되었습니다. 벼알 삼 형제는 앞으로 어떤 일들을 겪게 될까요? 헤어진 벼알들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작가 주요섭은 한 논에서 태어난 벼알 삼 형제가 제각각 세상 구경을 하고 다시 만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렸습니다. 벼알들의 여행을 통해 볍씨가 쌀이 되고 밥이 되고 떡이 되고, 또 논에 뿌려져서 다시 벼로 자라는 과정을 동화의 상상력으로 멋지게 풀어냈지요. 이미 [사랑손님과 어머니]에서 여섯 살 난 옥희를 통해 천진난만한 동심의 시선을 자유자재로 그려냈듯이 이 작품에서도 벼알 삼 형제의 순진무구하고 엉뚱한 모습을 재치 넘치게 그려 독자들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냅니다.
그림을 그린 이형진 작가는 수많은 그림책을 작업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는 카멜레온 같은 작가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판타지 동화에 걸맞게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색감을 사용하고, 공간과 사물의 형태를 왜곡시켜 벼 이삭 나라에서 일어나는 벼알 삼 형제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표현했습니다.
작품은 처음 발표한 당시의 글을 원본으로 삼았고, 표기는 되도록 오늘날의 맞춤법을 따르되 작가만의 독특한 어휘나 사투리는 그대로 살려 원작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작품의 배경이 1930년대 농촌인 만큼 옛날 농사일과 관련된 어휘가 많아서 어린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뜻풀이를 달았습니다. 더욱이 권말에는 아동문학평론가 원종찬 교수의 작품 해설을 통해 작품의 이해를 돕고, 작가 주요섭의 연보를 실어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벼알 삼 형제의 여행은 곧 생명의 순환을 보여 줍니다. 벼 이삭이 베이고, 벼알들이 이삭에서 떨어져 나와 밥이 되고, 떡이 되고, 사람의 배 속으로 들어가도 죽지 않고 생명력이 이어집니다. 소설가 주요섭의 작품은 이러한 벼알들의 긴 생명력을 닮았습니다. 우리 땅에서 거듭 살아나는 벼알들처럼 대를 이어 읽고, 읽히며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랑받고 있으니까요. 주요섭의 동화 [벼알 삼 형제]를 통해 세월을 뛰어넘는 참재미와 감동을 느껴 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