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시랑 놀자!
동심 어린 감수성이 날것 그대로 살아 있는
천진하고 사랑스러운 시 놀이 책
시가 뭐라고 생각해?
초등 교사의 시에 대한 색다른 접근
" 시가 뭘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어른들이라면 그럴듯한 답을 내놓기 위해 재빠르게 머리를 굴릴 것이고, 아이들이라면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리기 십상일 것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든 대부분 사람들 머릿속에 시는 '이해하기 어렵고 우리 일상과는 거리가 먼 것',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만 쓸 수 있는 것'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에 대한 이 해묵은 오해를 풀어 보고자 30년 넘게 학교에서 초등학생과 함께해 온 현직 교사 강승숙이 몸소 팔을 걷어붙였다. [시랑 먼저 놀 거야!]는 오랫동안 시, 옛이야기, 그림책 등으로 아이들과 깊은 교감을 나눠온 저자가 시를 눈으로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책 제목처럼 "시랑 (내가) 먼저 논" 과정을 가감 없이 담아낸 책이다. 아이들에게 억지로 시를 읽히고 시의 매력을 말로 설명하는 대신 스스로 시를 갖고 노는 본을 보인 셈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가장 좋은 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 책은 시 한 편 한 편을 오리고 붙이고 꿰매고 그리는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꾸밈으로써 시 자체가 얼마나 우리 일상과 가까운 예술장르이며 탁월한 놀잇감인지 알려 준다. 시와 노는 과정에서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묘체를 집어내듯 길어 올리는 대목들은 이 책에서 특히나 눈길이 가는 지점이다. 어린이가 쓴 [필통]이라는 시를 통해 "시란, 잘 관찰하다가 생겨나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나온다"고 하거나, 독창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안개]라는 시를 읽고 "무언가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터져 나온 말, 그게 바로 시야."라고 하는 부분에서 시에 대한 저자만의 단순하지만 깊은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시는 행복한 놀이, "내재적 통합"의 원천!
어 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 1년 반 동안 연재했던 원고에 추가로 작업한 원고를 보태 엮은 이 책은, 시를 보며 떠오르는 영감을 재료나 구성 제약 없이 자유롭게 꾸민 덕에 비슷한 페이지가 단 하나도 없는 개성 있는 책이 되었다. 못 쓰는 수세미의 독특한 질감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고구마나 감자로 '친환경 도장'을 만들어 시어를 꾹꾹 찍어 보는가 하면, 짧은 시 한 편을 천 조각에 한 땀 한 땀 바느질하고, 버려진 잡지, 과자 봉지, 포장지 들을 가지고 시를 꾸미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어린이들도 나처럼 시가 주는 기쁨을 원 없이 느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더없이 행복한 순간을 맛보았다고 한다.
더 불어 저자 강승숙은 "내재적 통합"이라는 표현을 통해, "아이들 내면에 이미 다양한 교과를 횡단하려는 욕구와 아우르는 능력이 있으므로 진정한 '통합'이란 외부에서 부여되기보다 아이 개개의 내부에서 이끌어 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시를 중심으로 갖가지 도구를 활용하여 꾸민 이 책은 자연스레 문학과 미술 활동을 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둘레 자연과 사람살이 모습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일상적인 경험까지도 배움의 바탕으로 삼는다. 따라서 이 책에서 시를 탐색하고 시와 교감하는 활동은 책상 앞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웃, 동네, 자연, 생명 등 세상 모든 것으로 뻗어 나간다.
시공책을 채우는 일은 책상 앞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았어. 출근길에 종종걸음 치며 달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이들과 꽃밭에 떨어진 목련 꽃잎을 주우면서, 퇴근하고 재래시장에 들러 장을 보는 시간에 나는 끊임없이 시를 떠올릴 수 있었어.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 저녁 하늘 빛깔, 봄을 알리는 따스한 바람, 후드득 떨어지는 꽃잎, 휙 도망가는 까만 고양이,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 온 친구의 다정한 목소리....... 날마다 마주치는 모든 것이 시를 품고 있었어. 어디에나 시가 있었고, 어디서든 시를 찾을 수 있었지.
- [머리말]에서
시적 감수성과 상상력을 일깨우고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32편의 시
[시 랑 먼저 놀 거야!]에는 이원수, 권정생, 이상교, 김용택 등 우리나라 대표 작가들의 시를 비롯하여 정유경, 유강희 등 젊은 시인들의 시들, 그리고 아이들이 쓴 시까지 고루 실려 있다. 뛰어난 시적 성취를 이루었거나 아이들의 정서를 생생하게 담아낸 서른두 편의 시들은 그 자체로 풍부한 문학세계를 경험할 수 있거니와, 손이나 붓으로 쓰거나 꿰매거나 오려 붙인 덕에 더 친밀하게 다가오고 익숙한 시들마저 전혀 새롭게 읽힌다. 이 책은 기성 시인들의 시와 아이들이 쓴 시들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네 가지 주제로 나누었다. '파라파라'에서는 '말놀이의 재미와 신선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들을, '별하고 놀자'에서는 '우리 둘레 생명이 전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인 시'들을, '나는요'에서는 '어린이의 마음을 헤아려 고집불통 어른을 통쾌하게 꼬집는 시'들을, '랄라라 나들이 간다'에서는 '싱그러운 자연과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시'들을 모았다.
저자는 이 다채로운 시들을 온전히 아이의 시선과 입장에서 읽어 냄으로써 아이들이 즐겁게 공감하며 시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번데기]의 "뻔 뻔 뻔 뻔데기가 아닌 / 번 번 번 번데기 / 번데기야 우린"이라는 구절을 빗대어 "난 공부하고 숙제하는 기, 기, 기계가 아니라 맘껏 놀아야 하는 어, 어, 어린이라고요!" 하고 속 시원히 성토하는가 하면, [금붕어]의 "돌멩이 뒤에 숨어, // 아무에게도 나를 / 보여 주고 싶지 않을 때가 있어요"라는 구절에서 아이들도 때때로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음을 헤아린다. [백 점 맞기]에서 시험에서 고작 한 개 틀리고 우는 아이를 향해 "96점인데 왜 울지?", "너무 좋아서 우는 걸까? 난 96점 맞으면 울 거 같다. 좋아서!"라고 말하는 아이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아이들이 어떨 때 뿌듯함을 느끼는지, 어떨 때 상처 입고 억울해하는지, 어떤 언어를 쓰고, 어떤 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지 속속들이 이해하는 초등 교사였기에 가능했을 대목들이 책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버려진 것들을 되살려
문학과 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다
이 책이 지닌 큰 미덕 가운데 하나는 세상을 향한 따뜻하고 진실한 시선이다. 시를 만나면서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세상 구석구석에 기울인 관심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시공책을 꾸미는 데 저자는 번듯한 미술 재료나 반짝반짝한 새 도구를 사용하는 대신 버려진 것들을 재활용함으로써 미술 도구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 던진다. 책의 말미에 사진을 곁들여 소개한 시공책을 만든 과정을 보면, 시장에서 얻어 온 천 조각, 친구한테 받은 선물을 싸고 있던 포장지, 분리수거함에서 주운 과자 상자, 휴지 심, 서류 봉투 들, 커피 살 때 손 데지 말라고 끼워 주는 골판지며 몇 년 째 입지 않고 옷장에 처박아 둔 옷들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물건들이 이 책에서 어떻게 재탄생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버려져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들을 다시 불러옴으로써 시는 언어로 된 예술 장르를 훌쩍 뛰어넘어 손안에서 펄떡이는 생명체로 탈바꿈한다. 이 책을 통해 시를 '제대로' 만나고 시와 논 독자들이라면 "날마다 마주치는 모든 것이 시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어디에나 시가 있고, 어디서나 시를 찾을 수 있다"는 진리를 마음 깊이 새기게 될 것이다.
[시랑 먼저 놀 거야!] 백배 즐기기!
1. 말놀이 시 갖고 놀기
" 어, 이것도 시야?" 싶은 만만하고 재미있는 말놀이 시를 골라 큰 소리로 읽어 보고, 자유롭게 말놀이해 보세요. 말놀이 시는 언어 감각을 높여 줄 뿐만 아니라, 익숙한 사물이나 풍경을 새로운 눈으로 다시 볼 수 있도록 해 줍니다.
2. 채소를 이용해 꾸며 보기
감자, 고구마, 당근 같은 채소를 먹지 말고 시한테 양보하세요! 딱딱하지 않은 채소 단면에 시 제목이나 시어를 칼로 새겨 친환경 도장을 만든 뒤 물감을 묻혀 종이에 꾹꾹 찍어 보세요. 시가 정말 재미난 놀이 같아요.
3. 버려진 물건들 활용하기
못 쓰는 스펀지나 수세미, 다 먹고 난 과자 봉지, 포장지나 헝겊 조각 등을 가지고 시를 꾸며 보세요. 이런 것들은 재활용할 수 있어서 좋을 뿐만 아니라, 색감도 예쁘고 누구나 쓰는 게 아니라서 개성이 돋보이기도 해요. 이 책을 쓴 강승숙 선생님은 "이런 것들을 모으는 과정이 다 시를 배우고 느끼는 시간"이었다고 말해요.
4. 우리 둘레 생명에 귀 기울이기
귀를 기울이면 온 세상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어요. 작고 못생긴 벌레들, 길가의 들꽃과 나무들, 골목을 어슬렁거리는 강아지나 고양이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어쩌면 시 한 편이 뚝딱 만들어질지도 몰라요.
5. 내 마음을 표현한 시 고르기
딱 내 마음 같은 시를 골라서 일기를 쓰듯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쓰고, 그동안 꾹 참았던 얘기들을 종이에 실컷 쏟아내 보세요. 속도 후련해지고, 시가 어려운 말들로 쓰인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6. 밖에서 시 찾기
시를 보고도 어떻게 꾸밀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밖으로 나가 보세요. 동네 정류장, 시장, 자연으로 나가서 만난 풍경은 그 자체로 시가 될 때도 있답니다. 잘 보고, 잘 들으면 어디서든 시를 찾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