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는 매일매일 사과나무 곁에 있습니다.
머저리는 매일매일 시소에 앉아 있습니다.
둘은 매일매일 친구를 기다립니다.
사과나무와 시소가 있는 언덕 위에서....
바보와 머저리는 우리 자신입니다
나 무처럼 멋진는그늘을 만들어 주고, 함께 해야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시소 같은 친구가 있다는 것은 행복하고, 즐겁고, 소중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친구를, 그런 가족을, 그런 소중한 사람을, 혹은 소중한 무언가를 바로 옆에 두고도 깨닫지 못하고 소홀히 하거나 막 대하거나, 무관심하거나 합니다. 그리고 늘 곁에 있던 소중한 존재가 사라졌을 때에 비로소 그 빈자리의 소중함을 느끼지요. [바보와 머저리]의 주인공은 그런 우리 모두의 모습입니다.
깊은 사고와 해박한 지식, 섬세한 감성, 기지 넘치는 상상력으로 어린이를 위한 책을 쓰는 데 열정을 쏟고 있는 박현정 작가는 첫 그림책으로 마음속 한 켠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세상 속에서 따스함으로 상상하던 어느 날, 가까이 있는 친구나 가족의 소중함을 잊고 있던 자신이 바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머저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소중한 이를 이야기하고, 사랑에 먼저 손을 내밀고자 [바보와 머저리]를 썼습니다."
담백하면서도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 낸 박현정 작가의 짧은 글과 보는 이에게 말을 걸듯 친근하면서도 글의 행간을 읽어낸 강렬한 선과 색채가 돋보이는 한병호 작가의 석판화 작품은 누구나 마음에 새겨야 할 [바보와 머저리]의 소중한 메시지를 오롯이 전하고 있습니다.
어딘가에 있을 친구를 찾습니다
언덕 위 사과나무에게 친구가 필요하다며 매일매일 사과나무를 돌보는 바보와, 시소를 함께 탈 친구를 기다리기 위해 매일매일 언덕 위 시소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머저리. 둘은 항상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너무 몰두한 나머지, 내 친구가 언제쯤 오려나 내 친구가 어떻게 하면 좋아할까에만 열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소나기가 내리자 둘은 친구를 돌보기 위해, 미래의 친구가 앉을 자리를 보호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서로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은 말을 하게 됩니다. "왜 항상 사과나무 아래 앉아 있니?" "왜 항상 시소에 앉아 있니?" 그토록 오래도록 함께 있었으면서도 서로에 대한 관심은 아주 단순한 한마디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사과나무에 탐스런 사과가 한가득 열리고, 사과의 양만큼 수북이 쌓인 낙엽을 보며 바보는 지금까지 자신이 지켜주고 아꼈던 사과나무 이파리들은 때가 되면 떨어지는 것임을 깨닫지요. 그러고는 비어 있는 시소를 쳐다보며 혼자 중얼거립니다. "나도 시소 타는 것 좋아하는데."
드디어 바보가 용기를 내어 시소 한쪽에 앉아서 머저리를 기다립니다. 머저리도 그토록 기다리던 친구와 함께 시소를 탑니다. 둘의 웃음소리가 언덕 위를 맴돌며 사과나무를 휘감습니다. 정말 행복한 하루입니다.
행간을 풍성하게 채워준 한병호 작가의 석판화
어 린이책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한병호 작가는 자칫 철학적이고 딱딱해 보일 수 있는 글에 친근감 있는 캐릭터, 바보와 머저리를 탄생시켜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색을 사용해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을 표현해냈습니다. 석판화 기법은 한 장면에 사용되는 색의 수대로 8번, 9번, 10번을 찍고 또 찍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힘들고 고된 작업입니다.
그렇게 완성된 20장면의 작품은 이야기에 깊이를 더할 뿐만 아니라, 글의 행간을 가득히 채워 주어 아이들은 물론 [바보와 머저리]를 만나는 모든 독자들에게 따뜻한 감동과 미소를 전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