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이 버린 담배꽁초가 하마터면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 한옥을 태워버릴 뻔했다. 13일 오후 4시 52분쯤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 북촌댁 아래채 디딜방앗간에서 불이나 초가지붕 30여㎡를 태운 후 20여분 만에 진화됐다.
북촌댁 주인 류세호(63)씨는 "지푸라기 타는 냄새가 나 문을 열어보니 디딜방앗간에서 불꽃이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 관리사무소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은 하회마을관리사무소는 관할 안동소방서에 신고했고, 관리사무소 직원과 의용소방대원 10여명은 350여m 떨어진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 북촌댁 문 앞에 설치된 소방전을 열고 진화 작업에 나섰다.
관리사무소 손재완(48) 학예연구사는 "놀라 달려가 보니 북촌댁 내 디딜방앗간의 초가지붕이 타고 있어 정신없이 소화전을 열어 물을 뿌렸다"고 말했다. 1분쯤 뒤 신고를 받은 소방차 10여대가 현장에 도착해 본격적인 진화작업을 벌였다.
초가지붕에 불이 나면 불똥이 타버린 초가지붕 아래쪽으로 떨어져 내리기 때문에 초가를 낫이나 갈고리로 걷어내며 진화작업을 벌여야 해 일반 화재보다 불길을 잡기가 훨씬 까다롭다. 그나마 초동 대응이 빨라 20여분 뒤 불길이 잡혔다.
북촌댁은 1797년(정조 21년)에 건축된 영남 지역의 대표적인 고택이며, 불이 난 디딜방앗간은 북촌댁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디딜방아를 전시하는 공간으로 초가지붕과 흙벽으로 지었다. 디딜방앗간에서 3m 떨어진 곳에는 중요민속자료 제84호인 안채가 있어 이날 화재는 자칫 심각한 문화재 훼손 사태로 이어질 뻔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디딜방앗간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서 처음 불이 났다는 주인의 말에 따라 관광객이 버린 담뱃불의 불씨가 초가지붕으로 옮아붙어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