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파병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미국 정치권 내에서 제재론이 급부상하는 형국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앞장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정치·경제적 고립을 경고한 데 이어 공화당도 강도 높은 대응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행정부와 의회가 동시에 각종 제재를 추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주목된다.
2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 따르면 공화당의 차기 대권 주자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대화를 제외하고는 러시아와 모든 협상·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 비오 의원은 이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실린 기고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오는 6월 러시아 소치에서 예정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불참 경고, 무역·투자 관련 협상 전면 중단, 러시아 당국자들에 대한 추가 여행중단·자산동결 조치 등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군사침략'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 비난 결의안을 추진할 것도 요구했다.
보수성향 유권자단체 '티파티'의 지지를 받는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러시아를 국제기구에서 축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크루즈 의원은 G8 회원국 자격요건에 '문명화된 질서에 기여하는 국가'를 추가함으로써 러시아를 제외한 뒤 '침략 행위'를 계속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도 빼앗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밥 코커(테네시) 상원 외교위 간사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 중단을 위해 가능한 모든 경제 수단을 함께 동원해야 한다면서 의회 차원에서 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도 이날 CBS방송 등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를 제외한 G8 회원국 외교장관들이 이번 사태를 문제 삼아 러시아를 고립하고, 러시아와의 통상적 사업 관계를 중단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 관료들의 자산 동결, 비자발급 중단 등 구체적인 제재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가 치를 대가를 명확하게 천명해야 한다"면서 "더는 제재에 대해 망설이지 않을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도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한 뒤 "계속되는 국제법 위반은 막대한 정치적·경제적 고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강경 대응으로 말미암아 사태가 자칫 '신(新) 냉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경제 제재의 실효성도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어 미국 정치권의 향배가 주목된다.
실제로 미국이 지난해 러시아에서 수입한 금액은 269억 달러이며 그나마 이 가운데 석유제품이 193달러여서 당장 수입을 중단하더라도 큰 타격을 줄 수 없으며, 러시아에 대한 수출도 112억달러 어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러시아와 통상 관계가 악화할 경우 항공기 생산업체인 보잉이나 건설장비업체인 캐터필러 등 미국 업체들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