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22)씨는 지난 2009년 한 대안학교에 재학 중 평소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준 진학 지도 교사 조모(여·당시 30세)씨를 짝사랑하게 됐다. 하지만 조씨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라며 선을 그었고, 유씨는 조씨와 연락이 될 때까지 전화나 이메일을 보내고 심지어 집에까지 찾아가는 등 집착하기 시작했다. 학교 측과 조씨는 유씨의 부모를 불러 유씨의 행동에 대해 설명했고, 부모에게 꾸중을 들은 유씨는 조씨가 망신을 줬다고 생각해 앙심을 품었다.
유씨는 이후 학교 관계자들에게 자신이 조씨와 사귀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고, 이를 안 조씨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유씨는 조씨의 집으로 찾아가 목을 졸라 살해하려 했다. 조씨가 애원하며 발버둥치자 그는 멈췄지만, 뒤이어 성폭행을 시도했다. 조씨가 흐느껴 울자 유씨는 이마저 포기했다.
유씨의 이 같은 행동을 알게 된 유씨 부모는 유씨를 한 대학 병원 정신과에 데려갔다. 유씨는 상대방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 상대방과 접촉하기 위해 이상(異常)행동을 반복하는 '망상장애 외증' 진단을 받았다. 3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은 유씨는 이듬해 미국의 한 대학 간호학과에 진학했다.
작년 7월 조씨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 유씨는 400여회에 걸쳐 '너는 내 여자다' '죽이고 싶다' 등의 내용이 담긴 협박 이메일을 보냈다. 조씨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유씨는 학교를 휴학하고 귀국,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알아낸 조씨의 직장으로 찾아갔다. 조씨에게서 '스토커로 경찰에 고소하겠다'는 말을 들은 유씨는 결국 작년 12월 18일 조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고 이삿짐 운반용 박스에 조씨의 시신을 넣어 숨긴 뒤 달아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전형근)는 유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