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신당에 있어 호남의 지지는 말 그대로 계륵이다. 새 정치 신당으로 호남의 지지가 몰릴수록 새정치신당은 다른 지역, 특히 여권 성향의 지지자들에게서 멀어진다. 그것은 새 정치가 원래 바라던 방향이 아니다.
또한 새 정치가 야권 세력으로 흡수되어서는 새 정치로서의 기능을 못한다. 야권의 연대를 통해 야권 2중대가 되거나 또는 상황에 따라서 1중대도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구정치의 진영 구도 타파를 목표로 하는 새 정치의 정체성에 맞지 않다.
호남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호남이 야권의 대주주로 자리를 확고히 하면 할수록 정권의 주인이 될 가능성에서 더 멀어진다. 90% 이상을 특정 정당에 몰아주어보았자 돌아오는 것은 권력의 주변부라는 허무한 위치뿐이다. 호남은 영원히 야권의 툇마루로 만족할 것인가?
호남의 선택 방향은 자명하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맞게 야권 성향의 유권자라면 민주당을 선택하고 여권 취향이라고 생각한다면 새 정치 신당을 과감히 선택하면 된다. 호남의 중도나 여권 성향의 유권자들은 새 정치 신당이란 우회로를 통해서 야권의 족쇄를 벗어나야 한다.
안철수 신당도 호남의 압도적인 지지로 정치세력화하면 그것이 그대로 낙인이 되고 족쇄가 된다. 새 정치 세력은 호남,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방으로의 외연 확장이 선택조건이 아니라 필수 과제라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자신들이 새로 만드는 신당은 계층이나 지역의 터줏대감이 없는, 말 그대로 전 국민들이 만들어가는 국민 정당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야권 분열 불가‘여론은 야권 지지자의 여론이지 새 정치를 갈망하는 새 정치 지지자의 여론은 아니다. 야권 분열 프레임에 갇히면 새 정치의 여망도 그대로 그런 프레임에 갇힌다. 야권 프레임에 갇힌 새 정치 신당은 야권의 지분을 따지는 통진당 아류에 불과하지 새로운 정치세력이 될 수 없다.
우유부단하다고 손가락질 당하고 뜬구름 잡는 것 같다고 조롱당하는 안철수와 그의 새 정치에 대한 지지율이 나름 굳건한 것은 새 정치에 기대를 갖는 국민들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이는 새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여망이 신속한 행동보다는 진정성에 방점이 있음을 암시한다.
제대로 대오를 갖추기 전에 격파하려는 적들의 유인 전술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이번에도 다른 지역으로의 외연 확장이 힘들다면 과감히 지방선거를 포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진정 새 정치의 성공을 바라는 국민들은 그렇게 조급하지 않다. 빚쟁이처럼 당장 무어라도 내 놓으라고 닦달하는 사람들은 새 정치를 바라는 사람들이 아니다.
새 정치에 있어 ‘새누리당 좋은 일’이나 ‘민주당 좋은 일’은 등가의 가치이지 어부지리란 없다. 야권연대가 가능하다면 여권과의 연대 가능성도 열려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새 정치의 우군이라면 새누리당도 우군이 될 수 있어야 하고 반대로 새누리당이 적군이라면 민주당도 적군일 수 있다.
새정치가 야권연대론이나 어부지리론에 흔들린다는 것은 새 정치의 개념과 논리가 아직 확고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