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수개월간 의무경찰대원 여러 명을 성추행해 해임된 경찰관에 대해 법원이 해임은 지나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해당 경찰이 성적 의도가 아닌 애정과 친근감의 표시로 그런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 의경들이 느낀 성적 수치심도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차행전 부장판사)는 A(42)경위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A 경위는 2012년 2월부터 9월까지 의경 여러 명을 수차례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해임처분을 받았다.
경찰이 해임 사유로 삼은 A 경위의 성추행 가운데 법원이 사실로 인정한 행위는 이렇다.
A 경위는 김모 상경의 상의 안에 손을 넣어 배 부분을 만지거나 손등에 입을 맞췄다. 김상경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부비다 김 상경의 뺨에 입술이 닿기도 했다.
침상에 누워있는 김 상경의 옆에 비스듬히 누워 자신의 성기가 김 상경의 성기에 닿게 하거나 자신의 휴대전화로 음란 동영상을 보여줬다.
A 경위는 이모 상경에게도 자신이 누워 있던 침상 이불 속으로 들어오라고 해 함께 눕거나 이 상경의 옆에 누워 배 부분을 껴안았다.
모두 전·의경들을 관리하는 기동단 행정소대장으로 근무할 당시 벌어진 일이다.
서울경찰청은 A 경위가 의경들의 배에 올라타 성추행하거나 가슴을 주무르고 바지 속에 손을 넣어 성기를 만지기도 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의경들의 진술 등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징계 사유로 삼지 않았다.
재 판부는 "A 경위가 평소 이들 의경과 친한 사이로 성추행 이후에도 연락을 주고받았고, 의경들이 A 경위의 사과를 받고 고소를 취소하기도 한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느낀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의 정도가 그다지 크지 않았거나 지속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 경위가 성적 의도로 이런 행동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대원들에 대한 신체 접촉이 애정과 친근감의 표시로 남자들 사이에 통용되는 범위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해임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이어 "서울경찰청이 2012년 부하경찰관 5명을 노골적으로 성희롱한 경찰에 대해서는 감봉 2개월 처분을 내린 점을 고려하면 A 경위를 해임하는 것은 형평에 반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