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박대한 손현규 기자 = 검찰이 소환에 불응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혁기(42)씨와 측근들에 대해 8일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유 전 회장의 '신진 측근'으로 알려진 아이원아이홀딩스 감사 박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경영에 직접 관여한 정황도 확보하고 이르면 다음주께 유 전 회장을 직접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 차남 등 여권무효화·범죄인인도절차 진행 =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이날 소환에 불응한 혁기씨와 유 전 회장 장녀 섬나(48)씨, 측근 김혜경(52) 한국제약 대표,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혁기씨와 김 대표, 김 전 대표는 세 차례에 걸친 검찰의 소환 통보에 불응한 채 해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자진출석하지 않아 매우 유감스러우며 그에 상응한 불이익이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이들 4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여권 무효화 및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무효화 조치가 취해지면 혁기씨 등은 현지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이 돼 강제추방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이들이 국내 입국하면 체포영장을 집행해 신병을 확보할 계획이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의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도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감사 박모씨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한편 아이원아이홀딩스 전 이사이자 현 다판다 감사인 김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경영진에 대한 감시·견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감사가 오히려 유 전 회장 일가의 회삿돈 횡령 및 비자금 조성 등을 도운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박씨와 김씨는 금수원 상무를 맡고 있는 이모씨와 함께 계열사 운영을 실질적으로 책임져 온 인물들이다.
세 모그룹 시절부터 유 전 회장과 인연을 맺어 계열사 대표 등을 맡고 있는 김혜경 대표 등을 이른바 '핵심 측근 7인방'으로 분류한다면 아이원아이홀딩스 감사 박씨 등 이들 3명은 '신진 실세'로 불리며 유 전 회장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운영·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씨는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의 복잡한 지배구조와 차입, 지분매입·매각 등의 금융거래를 설계하고 지휘한 인물 중 한 명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사진을 고가에 매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 이재영(62) ㈜아해 대표도 이날 구속했다.
◇유병언 '회장' 적힌 내부 조직도 확보 = 검찰은 자녀와 측근들에 대한 조사와 별개로 유 전 회장이 계열사 경영에 직접 관여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청해진해운 등을 비롯한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대외적으로 알려진 조직도 외에 유 전 회장을 회장으로 명시한 '내부 조직도'와 '비상연락망'을 확보했다.
세월호 침몰 하루 전인 지난달 15일 기준 청해진해운 조직도에는 회장 유병언, 사장 김한식 등의 순으로 나와 있고 2011년 7월자 비상연락망에도 회장 유병언이 명시돼 있다.
검찰은 내부조직도의 경우 청해진해운으로부터 임의제출받았고 비상연락망은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발견했다.
유 전 회장 측은 세월호 참사 이후 청해진해운과 이 회사의 최대 주주사인 천해지,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 등 계열사 경영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의 경영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이래 유 전 회장의 직접 경영 개입 여부를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청해진해운의 위법·탈법 경영이 세월호 침몰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된 상황에서 경영에 관한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면 유 전 회장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간 소환한 계열사 실무진과 퇴직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 과정에서 문제의 내부 조직도 등을 제시하며 캐물은 끝에 유 전 회장이 경영에 깊숙이 참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런 가운데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친형인 유병일씨가 청해진해운으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매달 300만원 가량을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청해진해운은 유 전 회장에게도 자문료 명목으로 매달 1천500만원 상당의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 전 회장과 형 병일씨가 청해진해운으로부터 매달 고문료 등을 지급받은 것이 경영 개입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고 다음 주께 유 전 회장을 불러 관련 의혹을 직접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