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갑오년(甲午年) 조선 반도에 혁명의 불길이 타오르다!
반봉건 반외세의 기치를 높이 세운 농민항쟁, 동학농민혁명.
2014년 갑오년의 해가 밝았다. 자연스레 갑오경장, 청일전쟁 그리고 동학농민혁명이 떠오른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이 발발한 지 60갑자를 두 바퀴 돌아 다시 맞은 갑오년의 시대의 정세는 어떠할까?
안 타깝게도 120년 전, 1894년과 같이 정세는 여전히 불안하다. 지역 맹주로 군림하려는 중국과 아시아 중시정책으로 이에 맞서는 미국, 그리고 미국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 간의 각축이 치열해지면서 파열음이 점점 더 잦아지고 그 안에서 대한민국은 고단하다.
19세기 후반 조선왕조 말기의 집권세력은 개혁보다는 외세를 끌어들여 저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급급했지만 그들에 맞서 폐정을 개혁하고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키려 일어선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동학농민군이다. 그들이 일으킨 혁명은 반봉건 반외세의 기치를 높이 세운 최대 규모의 민중항쟁이었다. 1년여의 기간에 연인원 30만 명의 농민대중이 참여하였고, 최소한 3만 명 이상이 희생되었다. 특히 당시 일본군의 농민군 집단학살은 20세기 군국주의 일본이 한국과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저지른 민간인 대량학살의 시초였다. 농민군을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일본군과 청군이 조선 땅에 들어와 그들끼리 청일전쟁을 벌였다. 이 전쟁의 격전지였던 평양에서 숱한 조선인 백성들이 희생됐다. 일본은 이 전쟁을 이겨 동아시아에서 맹주로 떠오른다. 동학농민군의 항쟁은 일본군의 무력에 좌절되었고, 16년 후 조선은 일제에 병합되었다. 그 후 이어진 36년간의 식민지배는 남북의 분단과 6, 25전쟁을 초래하였고 그 상흔은 아직도 선연하게 남아 있다. 저자는 이를 언급하며 역사를 바로 읽고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한다.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1894 년(고종 31년) 전라도 고부의 동학접주 전봉준은 전라도 고부군수인 조병갑의 학정에 대한 반발로 고부민란을 일으켜 폐정개혁안을 제시, 초토사 홍계훈으로부터 확약을 받는다. 그러나 안핵사 이용태가 민란 관련자들을 역적죄로 몰아 혹독하게 탄압하자, 전봉준은 대접주 손화중과 손을 잡고 농민봉기를 일으킨다. 이에 다급해진 조정은 청에게 원군을 요청하고 일본은 이를 빌미로 내정간섭을 강화해 군사를 이끌고 조선에 상륙하는데...
역사소설은 역사인가? 소설인가?
저자 전진우는 역사 읽기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객관적 사실에 최대한 입각하여 이 책을 집필하였다. 소설적 구성은 사실을 이어주는 가교의 역할로만 이용한 것이다. 저자의 이러한 노력으로 화석화된 역사의 기록은 생기를 얻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였다.
동학농민혁명은 한국사의 분기점마다 늘 함께했다. 의병항쟁, 3, 1독립운동, 4, 19혁명, 그리고 5, 18광주민중항쟁에 이르기까지 동학농민혁명의 숨결은 늘 살아 있었다. 그러나 역사의 그늘 속에 가려 동학농민혁명이 가진 다양한 측면이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전진우의 장편역사소설 ‘전봉준’[동백]을 계기로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사실의 철저한 규명과 복원이 온전히 이루어져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통해 역사 공부, 문학적 갈등, 읽는 재미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다. 온 가족이 함께 읽고 ‘역사 토론’을 벌여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