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홀로 사는 이들이 말하는 주거 공간 불만
"비싸!" "좁아!" "쓸쓸해!"
그들에게 셰어하우스를 권한다
‘공간은 생활을 지배한다’
타인과 함께 사는 공간, 셰어하우스!
셰어하우스에 대한 A to Z를 소개한다.
2014 년 현재 대한민국 1인 가구의 비율은 23.9%로 네 가구 중 한 곳은 1인 가구인 셈이다. 이들은 주로 도시에 거주하는 20-40대다. 학업과 직장 생활을 위해 도시에 거주하는 이들은 홀로 살면서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 중 거주 공간 문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직장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려면 비싼 집세를 내면서도 좁은 공간에 살아야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쓸쓸함을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다. 홀로 살다보면 자유를 누릴 수 있기도 하지만, 퇴근 후 아무도 맞이하는 사람이 없다는 쓸쓸함도 딸려올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주거 공간 문화가 바로 ‘셰어하우스’다. 셰어하우스 같은 새로운 집의 개념은 이러한 불안정한 1인 가구의 문제점을 어떻게든 대처하기 위해 탄생하였다.
매우 구체적으로 들려주는 ‘셰어하우스’의 실상
이 책은 집의 개념을 추상적으로 쓴 책이 아니다. 철두철미하게 사실적으로 셰어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예를 들어 셰어하우스의 독자적인 규칙을 소개한 에피소드가 있다. 가족도 아니고 애인도 아닌 타인끼리 도대체 어떻게 스트레스 없이 공동생활을 해 나갈까? 가사 분담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저자 중 한 사람인 아베 씨는 청소만 하고 다른 저자인 공동 생활자 모하라 씨는 세탁만 한다. 왜일까?
"청소에 대한 만족도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청소는 세 사람 중에서 가장 깔끔한 내가 하는 게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내가 빨래를 너는 일을 싫어하는 데 반해 모하라는 그 일을 좋아한다는 데에서 이 규칙이 생겼다. 각자에게 맞게 일을 분담함으로써 가사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이 감소되었다."
만약 애인이나 부부와 같은 남녀관계라면 조금 까다로운 성별 문제가 개입되기도 한다. ‘아내는 집안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 ‘내가 더 많이 버니까 집안일은 상대방이 하는 게 당연하다’는 의견을 내세우는 남자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셰어하우스의 관계에는 성별 문제가 개입되지 않는다. 아주 수평의 협동 관계가 성립한다.
셰어하우스가 등장하고 번성한 배경
일본의 경우, 1인 가구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더 넓은 곳을 빌려 쓸 방법이 있었으면’ 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혼자 살 때와 같은 금액의 집세로 3구 레인지가 있는 부엌과 넓은 거실을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것이 셰어하우스를 보급시키는 하나의 동기가 되었다. 게다가 셰어하우스는 도심의 번화한 곳에서 살 수 있는 등 설비 면에서 뿐만 아니라 비용 대비 얻는 이점이 크다. 더불어 셰어하우스의 확대는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경향과도 관련이 있다. 지금 시대에서 의미하는 풍요로운 삶이란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아니라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말한다. 셰어하우스는 인간적인 유대관계에서 비롯되는 삶의 풍요로움을 가져다줄 수 있다. 사람은 의지할 수 있는 ‘마을 공동체’ 같은 것을 늘 추구한다. 의지할 곳이 없으면 사람은 살아가지 못한다. 저자는 셰어하우스가 단순히 주거 공간으로서뿐 아니라 일본 사회의 공동체 감각을 크게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의 가능성까지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셰어하우스 유형별 소개- 콘셉트형과 일상형
‘콘 셉트형’은 ‘사람이 모이는’ 이점을 ‘성장’을 위해 최대한으로 활용한 셰어하우스다. ‘콘셉트형’ 거주자들은 ‘셰어하우스’에서 무언가 실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다. 공통된 목적의식을 지닌 사람들은 대개 세미나나 스터디를 배움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셰어하우스에서 그들이 목표로 하는 성장은 세미나처럼 일방통행하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만나서 서로 지식을 주고받으며 자극을 주는 ‘능동’적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동아리나 살롱 같은 형태에 가깝다.
반 면 ‘일상형’은 말 그대로 일상생활을 함께 하는 거다. 인터뷰에서 셰어하우스 거주자들은 집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에 안심한다고 하기도 했고, 동거자와 방문자를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자극이 된다며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외에 이 책은 셰어하우스의 미래 모습인 집과 집끼리 모여 사는 컬렉티브 하우스에 대한 설명도 하고 있다. 더불어 셰어하우스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연애 문제와 가사 분담 규칙, 일상생활에서 겪는 곤란한 일은 물론, 셰어하우스가 거주자들의 삶에 가져온 변화는 무엇인지, 인터뷰를 통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내면까지 소개한다. 이 책은 셰어하우스 생활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에게 입문서가 될 뿐 아니라 미래의 주거지나 커뮤니티의 모습을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