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에겐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다
빌 브라이슨이라는 이름이 낯선 이들도 있지만 그를 알고 있는 독자라면 빌 브라이슨의 다음 책을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도대체 어떤 작가이기에 이렇듯 마니아를 가지고 있을까. 그는 [나를 부르는 숲], [거의 모든 것의 역사]로 국내 독자와 만남을 가졌다. 하지만 여행 에세이는[나를 부르는 숲]으로 고작 1권. 이렇듯 적은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빌 브라이슨 마니아’라고 할 수 있겠냐마는 빌 브라이슨에게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다.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은 요즘 젊은 세대의 시쳇말로 쿨하다. 저자는 내숭을 떨지 않고 다른 사람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그의 거침없는 독설이나 풍자적인 모습은 미국 의학 드라마 「하우스」의 주인공과 닮았다. 특정 민족 집단과 그 문화에 대한 통념과 편견을 경계해야 하지만 어느 누구의 심기도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고 아무런 정치적 입장도 견해도 없이 쓴 글이라는 게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혹은 그런 글이 있다고 한들 과연 우리에게 글을 읽는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싶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너무 꼬였다고도 하지만 솔직한 그의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 또한 빌 브라이슨의 글은 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 왁자지껄하게 넘어지고 얻어맞아 웃기는 코미디가 아니라 무표정한 얼굴로 배꼽을 쥐게 만드는 희극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꼬이고 냉소적이라는 비판도 받지만 그의 글은 의외로 인간적이다. 영국[더 타임스]는 이런 빌에게 ‘현존하는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삐딱하지만 따뜻한 유럽 여행기!
20 년 전 고교 동창인 카츠와 유럽을 다녀온 빌 브라이슨. 세월이 훌쩍 흐른 후 혼자 다시 유럽을 찾는다. 유럽은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거나 혹은 변화했지만 여전히 재미있고 신기한 장소다. 그는 지구 최북단인 함메르페스트를 시작으로 이스탄불까지를 유머라는 양념을 들고 어슬렁거린다.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의 재미 중 하나는 빌 브라이슨이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이다. 상냥하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정신 나간 아줌마, 쌀쌀맞다 못해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웨이터, 말이라고는 통하지 않는 매표소 직원 등의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빌 브라이슨의 눈으로 본 유럽의 모습은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그의 유머로 승화된 가장 인간적인 유럽의 모습이다. 그는 아시아와 허리를 맞대고 있는 이스탄불에서 또 다른 여행을 갈등하지만 성인 남자만 보면 ‘아빠’라고 부르는 두 어린 아들과 허리까지 자란 잔디를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그에게 여행이란 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단순히 그 시간을 즐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빌 브라이슨은 이스탄불에서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의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