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화가로 알려진 김창열은 한국 현대작가들 중 서양화단에 뿌리를 내리고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대표적인 화가이다. 국제적인 화가로서 그에겐 서양미술사 속의 영향관계와 여러 미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있었다.
다 니엘 아바디(Daniel Abadi)는 미국의 하이퍼리얼리즘과 유럽의 극사실주의 작가들이 제기한 문제인 작가들의 과도하고 무절제한 표현과는 달리 절제됨과 신중함을 김창열이 물방울 작품으로 보여주었다고 했다. 이우환은 캔버스의 마대를 무시하고 물방울을 강조하면 그림이 되고 반대로 마대를 강조하면 오브제로 화하는 아슬아슬한 관계 속의 절묘함이 그의 작품에 있다고 평가했고, 프랑스 누보 레알리즘을 이끌었던 비평가 피에르 레스타니(Pierre Restany)는 김창열 물방울 작품의 내외부 상관관계 속에서 창출된 질서가 어떤 상징적 기억을 환기함으로써 그것의 현존성을 강조한다는 ‘부재의 현존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피에르 레스타니와 다니엘 아바디 등은 김창열이 동양적 미학의 정수를 서구적 방법론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회화에 주입했다고 했다. 이외에도 김창열의 물방울 작품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의미들이 지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한 편, 김창열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통한 한국 역사 속에서 성장했으며, 한국화단의 앵포르멜 운동의 집단적 출현이었던 현대미술가협회(약칭 현대미협)의 창립회원이었고, 이를 기반으로 작품 세계를 전개했던 만큼 한국의 근현대미술사 속에서 주요한 작가이다.
이 번 전시는 한 작가의 조형적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대표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초대전이다. 노화가의 역사처럼 한국 역사의 굴곡 속에서 샘물 속의 생명수처럼 피어오른 물방울의 아름다움과 함께 그 의미와 조형세계를 살펴보며, 한국 현대미술의 현 위치와 방향성도 함께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