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재 현대 미술의 전 장르를 활용해 글(출판), 사진/페인팅, 퍼포먼스(춤/노래/요가/발레), 강연(영어회화/독서/철학) 모델 /MC, 오브제/설치 등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인간의 잠재력을 스스로에게 실험 후 하나하나 이뤄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전 세 계 어디에 떨궈놓아도 그간 쟁여온 기략 혹은 감각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훈육하는 뮤즈로서의 전인, 자기계발인 셈입니다.
표 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래도)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황홀하다는, 삶에 대한 감사입니다. 하여 이번 전시를 통해 3년간의 작 업 근간이 되고 있는 종이 기록 (수작업/현재 약 10m) 공개를 통해 '살아보기' 에너지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작가 노트
1.
나는 예술가이기 이전에 하나의 당당한 인간이고 싶었다. 무엇을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야만 하는가.
2.
자 연이 주는 무한한 선물을 가슴 가득 안아보고 싶었다. 매일 펼쳐지는 일출과 일몰의 쇼에 눈물을 흘리며 감상해보고 싶었다. 나무 를 안고 꽃잎을 만지면서 햇살과 구름이 나를 스쳐지나가는 것을 잠자코 느껴보고 싶었다. TV, face book, 술집과 번화가에 서 멀리 떨어져 보고 싶었다. 수다와 갖은 고민이라는 언어의 농락들을 내 안의 지혜 효소로 된장처럼 숙성시켜 보고 싶었다. 액세서 리를 모두 버려버리고 기름기를 뺀 뒤 담백한 여자의 아름다움만을 물꽃처럼 머금어보고 싶었다. 가벼운 관계, 밀고 당기기, 사랑 의 탈을 쓴 에로스를 저리 밀쳐두고 순수 사랑의 추억이 담긴 회상 길을 소년과 거닐고 싶었다.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땡볕을 혼 자 걸어보고 싶었다. 고독의 끝에 홀로 매달려 나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보고 싶었다. 이게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사는 외로움의 진면목 인지, 홀로 태어나 홀로 죽는 존재의 근원적 외로움인지 구별해보고 싶었다. 군살이라는 이름의 사념, 욕망, 식탐의 흔적들을 완전 히 없애버릴 수 있는지 실험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옳았다. 내가 비워지고 맑아질수록 몸은 영혼의 모양을 따라 변해갔다. 현재, 나 의 욕심과 야망은 커져만 가고 있다. 본래무일물을 시작과 끝에 두고, 완전한 본질이 되어 내 존재 자체에 모든 것을 쟁여 가볍 게 세상을 누빌 수 있도록.
이 모 든 거창한 말들이 조심스레 나를 만들어가는 것을 잠자코 지켜보는 게 좋았다. 중요한 건 조급해하지 않는 것, 이라는 걸 알 게 된 후부터 느껴지는, (우리들은 진리를 이미, 다, 모조리, 알고 있다. 직접 활용하지 않고 말로만 간접적으로 남용 할 뿐.) 진짜들만을 보며 살아보고 싶었다. 그렇게 3년째 ‘살아보기’ 중이다.
3.
내 과 거, 현재, 미래를 꽉 움켜쥐고 창조해나가는 게 좋았다. 가끔은 고꾸라질지라도 결국은 기어서라도 나아가는 과정들이 짜릿했다. 어 느 순간에 도달할 때면 내 자신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워져 눈물 흘리는 추태조차도 경이로웠다. 삶의 다양성과 인간의 잠재력에 감탄하다 가도 한 순간에 무너지고 무뎌지는 인간의 잔혹한 무지까지도 사랑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 길고 긴 터널 같은 청년기를 기회 로 내 자신을 훈육시켜보고 싶었다. 혼자서 잘 살 수 있어야 함께 살아갈 이들에게 어깨를 빌려주고 두 손으로 끌어올려 줄 수 있음 을. 그런 강인한 내 자신에게 격려 받아 계속해서 배우고 감사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음을. 세상이라는 스승과 나라는 스승이 같 은 존재임을. 신이 난 내가 바로 나의 신, 이라는 것을 느껴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