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십이지(十二支) 가운데 일곱 번째 동물로서 남쪽 방향에 해당하며, 양(陽)의 기운을 대표합니다. 이는 강하고 생동감 넘치는 말의 속성과 부합되는 것으로서, 말에 대한 옛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찍부터 말을 키웠습니다. 부여(扶餘)에서는 명마가, 예(濊)에서는 키가 작은 과하마(果下馬)가 났습니다. 고구려인들의 기마 습속은 유명합니다. 신라에서는 시조인 박혁거세(재위 기원전 57~기원후 4년)의 탄생 설화에 말이 등장합니다. 나정(蘿井) 옆의 붉은 알 앞에 흰말이 꿇어앉아 절을 하다가 길게 운 뒤 하늘로 올라갔는데, 그 알에서 박혁거세가 태어났습니다. 말이 국조(國祖)의 탄생을 알려주는 영험한 존재로서 하늘의 뜻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신라 사람들은 저승에서도 이승의 삶을 이어간다고 생각하여, 죽은 이들을 위해 살아있는 말을 포함한 여러 물품을 무덤에 넣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뒤 순장(殉葬)이 금지되면서 실제 말 대신에 말의 형상을 넣었습니다. 나아가 무덤에 묻는 말의 조형품은 하늘과 소통하여 영혼의 승천을 돕거나 안내하는 구실을 한다고 믿었습니다.
현재 전하는 신라의 말 조형품은 마형토용(馬形土俑) 또는 말을 탄 사람을 형상화한 기마인물형토기(騎馬人物形土器)처럼 입체적으로 만들거나, 토기에 말을 무늬로 새긴 것들이 많습니다. 이 밖에 말은 통일신라의 석탑과 능묘에 십이지상으로 나타납니다.
전시품으로는 1세기대에 만들어진 영천 어은동 출토 청동제의 말모양 허리띠를 비롯하여, 신라 5세기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경주 덕천리 출토 기마인물형토기, 통일신라 무덤인 경주 용강동 출토 마형토용, 그리고 표면에 말을 새긴 경주 황성동 출토 굽다리항아리 등 총 24건 30점의 말을 소재로 한 조형품이 선보입니다.
이번 전시는 옛사람들이 만든 다양한 말들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들이 말의 형상을 만든 까닭과 말의 전통적 상징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