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괴로운 이유,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유식(唯識)에서 답 찾기
삶이 괴로운 이유는 무엇이며, 우리는 이 괴로움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불가의 설명에 따르면 마음을 뒤덮은 번뇌로 인한 우리의 여러 활동이 생 로 병 사를 초래하는데, 이 생 로 병 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마음에서 번뇌를 없애고 정화하는 법을 깨우쳐야 한다. 이를 위해 ‘오직 마음뿐’이라는 뜻의 ‘유식(唯識)’사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존재와 작용이 오직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에 불과하다는 이론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유식사상 입문서인 [불교의 마음사상]〔원서명 [唯識思想入門(유식사상입문)]〕은 일본에서 30쇄 이상 출간된 스테디셀러로서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익숙한 사례와 다양한 도식을 들어 난해한 유식을 그 근본부터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단순한 이론 습득을 넘어 인간의 마음을 정화하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실천적 가르침으로서의 유식사상을 접하게 한다.
불교 최고의 발달 사상, 마음의 비밀을 탐구하는 "유식(唯識)"
유식사상이란 기원후 3~4세기경 인도에서 기원한 불교사상이다. 불교는 붓다 생존과 사후 수십 년간의 원시불교, 이후 논쟁과 분열을 거듭하다 발흥한 부파불교(소승불교), 자기보다 타인의 해탈구제를 우선으로 하는 대승불교 순으로 발전했다. 대승불교는 사상적으로 [반야경]에 근거한 ‘공사상’과 [해심밀경] 등에 근거한 ‘유식사상’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후자를 추구한 집단을 ‘유가행파(瑜伽行派, Yogc?ra)’라고 부르는데, 이 유가행파의 사상이 유식사상이다. 유가행파의 유식사상은 반야의 공사상을 답습하면서 ‘식(識)’이라는 존재를 어떤 의미로 인정함으로써 공사상의 허무적 측면을 시정하려고 했다. 그러므로 교리적인 측면에서 유식사상은 최고도로 발달한 불교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정원의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유식사상에 따르면, ‘나무’라는 사물과 그것을 감각·지각하는 ‘심적 활동’, 이 양자 모두 어떤 것에 의해 나타났다고 여긴다. ‘현실에서 인정되는 외적 현상과 내적 정신은 모두 어떤 근원적인 것에 의해서 나타나게 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것이 ‘유식’의 근본적 정의이다. 여기서 근원적인 것 근본적 심리활동을 ‘아뢰야식’이라고 한다. 따라서 유식이란 ‘모든 존재는 아뢰야식에 의해서 나타나게 된 것, 만들어진 것이다’라는 의미가 된다.
마음을 치유하는 ‘구제의 심리학’
유식사상의 역사는 바꾸어 말하면 인간의 내적 세계로 탐구해 들어가는 역사였다. 이것인가 이것인가, 라고 말할 정도로 끊임없이 인간의 심적 작용을 분석해왔던 것이다. 그 결과가 아뢰야식과 말나식의발견이고, 여러 식들의 상호 인과관계에 의한 정신의 순환적 흐름(아뢰야식연기)을 해명하는 것이었다. 특히 유식사상은 서양의 심리학을 능가할 정도의 멋진 이론을 성립시켰다. 게다가 그것은 단지 학문으로서의 심리학이 아니라, 더러움으로 가득 찬 비정상적인 인간의 마음을 정상적인 본래의 존재방식으로 맑게 되돌리기 위한 치료법으로서의 심리학이었다. 유식사상에 ‘심리학’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실로 ‘구제의 심리학’이라고 불려야만 한다. -서론 중에서
유식사상은 외계의 사물과 자기의 존재조차 부정한다. 하지만 식(識)에 얽매인다면 그것도 하나의 집착이 될 뿐이다. 식이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일은 자기 마음의 작용과 외계의 사물 가운데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는 것이다. 종교적 실천을 행하는 일이다.
분주하게 부대끼는 일상을 살아가지만 우리의 마음은 어딘가 모르게 허하고 때로는 아프다. [불교의 마음사상]은 마음속 미지의 세계로 침잠하여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고, 그 깨달음으로 번뇌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치유하는 힘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