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세상이 불공정하거나 우리의 이해를 넘어설 때,
숭고한 장소들은 일이 그렇게 풀리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바다를 놓고 산을 깍은 힘들의 장난감이다.
숭고한 장소들은 우리를 부드럽게 다독여 한계를 인정하게 한다.
보통의 경우라면 한계에 부딪힐 때 불안과 분노를 느끼겠지만.
우리에게 도전하는 것은 자연만이 아니다.
인간의 삶도 똑같이 압도적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훌륭한 태도로, 가장 예의를 갖추어 우리를 넘어서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은 아마 자연의 광대한 공간일 것이다.
그런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다면, 우리 삶을 힘겹게 만드는 사건들,
필연적으로 우리를 먼지로 돌려보낼 그 크고 헤아릴 수 없는 사건들을
좀 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여행의 기술 p242-243 / 알랭 드 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