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나타 형식(Sonata)form)에 대하여 ★
1. 소나타 형식을 모르면 서양음악을 들을 수 없다?!
우리는 클래식음악을 감상하거나 또는 음반을 살 때 혹은 클래식방송을 듣다 보면 제일 많이 듣는 음악 악식구조로 또는 용어로 소나타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서양음악은 소나타 형식이 대부분의 악곡의 형식을 차지할 만큼 상당히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우리가 고전음악을 감상할 때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와 같은 대 작곡가를 가장 먼저 접하게 되듯, 이 소나타 형식은 악곡 형식 중에 제일 먼저 접하게 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소나타 형식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듯 싶다.
"소나타 형식을 모르면 서양음악을 들을 수 없다"라는 말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물론 이 말은 전적으로 사실은 아니다.
서양음악이 모두 소나타 형식으로만 되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고전에서 낭만기를 거쳐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시기의 서양음악, 그 중에서 순음악 작품들(교향곡, 협주곡, 소나타, 삼중주, 세레나데,...)에 있어서는 불행히도 이 말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들을 수 없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물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거나 들으면 위험하다라는 뜻은 아니다.
그저 '그 악곡에 대한 이해의 폭이 훨씬 좁아진다' 또는 '열심히 들어도 반쪽만 들었을 뿐이다'라는 뜻이다. 그만큼 소나타 형식은 서양음악에 논리를 제공하는 작곡가와 청중간의 약속이었다.
즉 작곡가는 미리 약속된 형식 안에서 주어진 요소 - 멜로디, 화성, 조성의 규칙 - 로 자기의 작곡 기량을 발휘하고, 청중은 그 형식의 범위 안에서 들으며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었다.
청중들은 이 장치로 인해 날마다 바뀌는 새로운 형식에 대한 적응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2. 소나타 형식의 아버지는 푸가
소나타 형식이 그 원형을 빌려온 것은 바로크 시대에 완성된 푸가였다.
물론 푸가는 대위법에 바탕을 둔 복잡한 폴리포니 음악이다.
흔히 주제라고 하는 음악의 요소가 대조와 화합의 모습으로 융합되어 있는 거대한 구조물이 바로 푸가로서, 여기서는 주된 주제들이 각기 다른 성부에서 동시에 울려나오기 때문에 치밀한 구조로 쌓아올려지게 되고, 이는 청중들에게 듣는 부담을 주기에 충분했다.
호모포니 시대로 넘어오면서 작곡가들은 좀더 청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악곡의 형식을 시도하게 되었다. 이에 푸가를 평면적으로 해체해 재구성한 것이 소나타 형식이라는 특허품이다.
즉 소나타에서는 주제들이 동시에 얽히며 울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차를 두고 차례로 제시된다.
그에 따라 희박해 지는 음악의 긴밀감의 해결을 위해 주제의 위상차와 성격차라는 간차를 마련하게 되었다.
즉 제1주제와 제2주제의 조성차 - 토닉과 도미넌트, 이는 역시 푸가에서 따온 것이다 - 와 뚜렷이 구분되는 두 주제의 성격의 대조가 그것이다.
그리고 재현부에서 제1주제와 제2주제가 같은 조성으로 울리며 조성적 위상차가 사라진다.
조금은 유치하지만 그에 따라 갈등의 해결과 화합이라는 메시지의 전달이 가능해졌다.
3. 조성적 해결의 설득력
당시의 청중들에게는 물론 토닉-도미넌트라는 조성차가 '토닉-토닉'으로 해결된다는 구조가 상당히 설득력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음악대중들은 바그너와 다조주의, 무조주의 등의 조성적 태동기를 거치며 혹사당한 귀로 복잡한 조성적 구조의 음악을 듣고 있기 때문에 그 당시 청중들만큼 소나타 형식 내의 '조성적 해결'이라는 장치에 민감하고 순수하게 반응하지 못하게 되었다.
즉 오늘날의 청중들은 재현부에서 두 주제가 같은 조로 돌아온다 해도 갈등의 해소와 화합의 쾌감을 느끼기 힘들 것이다.
4. 작곡가들의 실험의 장으로서의 소나타 형식
조성의 해결보다 훨씬 드라마틱한 구성은 제공한 것은 제1주제와 제2주제의 뚜렷한 성격차이였다. 이 성격의 차이는 두 가지의 대립되는 추상적인 개념들을 담아내기에 아주 적합했다.
폭력과 평화, 죽음과 빛, 슬픔과 환희 등의 예를 들어보자. 이 단어들의 추상성은 음악의 추상성에 적합하게 적응했고, 이 둘을 주제별로 대립적으로 등장시켜(제시부), 둘의 극한 투쟁을 거쳐(발전부), 해결의 국면으로 들어서는(재현부) 모습은 소나타 형식에 음악적으로 충분히 밀착되어 나타나게 되었다. (멘델스존의 교향곡 5번 '종교개혁'에서 신교와 구교의 갈등과 그 해소가 나타난 것도 그 한 예이다).
한편 이러한 순음악으로서의 넓은 표현의 폭과 함께 소나타 형식 을 풍성하게 한 것은 작곡가 자신들의 노력이었다. 그에 따라 소나타 형식에서 파생된 수많은 형식들이 실험대에 올랐고 변형과 그에 따른 무수한 시도들이 행해진다.
발전부는 더욱 확장되었고 치열한 모습을 담게 된다. 특히 소나타 형식을 탄생시킨 푸가는 발전부의 치열한 투쟁 국면을 그려내는 데 가장 적합한 구조로 단골로 등장하며, 그 안에서 자리잡게 되었다.
5. 완벽한 게임의 법칙
소나타 형식은 소나타 속의 몇 악장에만 적용되지만 악곡 전체에 통일성을 가져오는 기능을 주제적 연관성으로 제공한다.
남성성과 여성성으로 대별되는 제1주제와 제2주제는 모든 악곡을 꿰뚫으며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서양음악을 들으려면 소나타 형식을 이해해야만 한다'는 말은 결코 과대포장된 빈말이 아니다.